서 론
한국자연환경보전협회는 1965년에 설립된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 환경보전 단체로 우리나라의 자연환경보존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동안 본 협회는 국내의 여러 지역을 대상으로 매년 종합학술조사를 통해 “한국자연보존연구지”를 발간해 오고 있다. 종합 학술조사에서는 우리 주변의 자연환경 중 인간의 간섭으로 심하게 훼손되었거나 훼손의 위험에 처한 지역을 선정하여 그곳의 생물상을 조사하고, 보존상의 문제점과 그 대책을 제시한다. 이러한 활동이 생물종다양성 보존을 통하여 우리나라 자연환경 보존은 물론 지구환경 보전을 위한 기초가 되리라 생각한다. 본 협회는 2019년도에 경기도 수원 소재 칠보산을 대상으로 동․식물상 등 자연자원을 조사했다. 따라서 본 지면에서는 그 중 조류 및 포유류의 분포 실태 및 보존상 문제점과 대책을 기재하고자 한다.
조사지역의 개황
칠보산(七寶山)은 경기도 수원시와 화성시 및 안산시에 걸쳐 있는 해발 약 238.8m 높이의 야산으로 되어 있다. 동쪽으로는 수원시, 남서쪽에는 화성시 그리고 북쪽에는 안산시와 접하고 있다(Wikipedia). 원래 여덟 가지 보물(산삼, 맷돌, 잣나무, 황금 수탉, 호랑이, 절, 장사, 금)이 있다고 하여 팔보산(八寶山)이라 불렸는데, 그중 하나가 없어져 일곱 가지 보물만 남게 되어 칠보산으로 바뀌어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Wikipedia). 칠보산은 산 능선이 매우 완만하지만 소나무 및 참나무류 등 수림이 울창하고 곳곳에 자연습지가 조성되어 있으며, 아이들의 자연생태 학습장으로도 적당해 최근 많은 시민들이 즐겨 찾고 있다. 지역주민에 의하면 과거의 칠보산은 질퍽산으로 불릴 정도로 배수가 되지 않은 습지가 넓게 분포하여 지금보다 훨씬 다양한 양서류와 곤충류(잠자리류) 그리고 습지식물들이 분포했었다고 한다. 그 중에는 현재 환경부에서 멸종위기 II급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는 통발 등 식충식물이 다양하게 분포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는 배수로를 설치하여 습지를 없애고, 일부 지역은 과거에 논경작지를 밭으로 활용하거나 방치된 상태로 있다. 본 조사지역은 습지 환경이 급격히 훼손되면서 양서류를 포함한 식충식물 등이 사라지는 등 환경변화가 심한 지역으로 자세한 실태 조사와 함께 습지복원을 위한 논의가 요구되는 지역이다.
조사기간 및 방법
결 과
칠보산 일대에서 2차례의 조사 결과 관찰된 조류는 총 7목 21과 32종 336개체가 관찰되었다(Table 1). 전체적인 종 다양도 지수는 2.95로 나타났다. 이곳에서 관찰된 조류 중 붉은머리오목눈이(Paradoxornis webbianus)가 45개체(13.39%)로 최고의 우점종으로 나타났으며, 다음으로 참새(Passer montanus)가 40개체(11.9%)로 두 번째 우점종으로 나타났다. 쑥새(Emberiza rustica)는 30개체(8.92%)로 세 번째의 우점종으로 나타났다(Table 1).
칠보산은 수원시 서편에 길게 분포하며 주변에는 민가 주택 및 농경지 등이 접하고 있어 비교적 다양한 텃새류와 여름철새 및 겨울철새들이 도래한다. 칠보산의 서쪽 계곡에는 과거 농경지(논)으로 사용했던 습지가 있다. 따라서 이곳에는 일부 습지를 이용하는 물새류와 습지에서 채식하는 황새목조류 등이 도래하여 채식지로 이용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나, 본 조사 시에는 확인하지 못했다.
조사 결과, 1차 조사 시에 21종 132개체가 관찰되었으며 2차 조사 시에는 29종 204개체가 관찰되었다. 종다양도지수는 1차 조사 시에는 2.66, 2차 조사 시에는 2.85로 분석되었다(Table 2). 조사 시기별 우점종의 경우, 1차 조사 시에는 참새가 25개체로 최고의 우점을 보였으며, 다음으로는 물까치와 붉은머리오목눈이가 15개체로 관찰되었고, 세 번째는 직박구리가 12개체 순으로 확인되었다. 2차 조 사 시에는 붉은머리오목눈이와 쑥새가 30개체로 최고 우점종이었으며, 두 번째는 박새가 18개체, 그리고 세 번째는 오목눈이, 쇠박새, 참새가 15개체로 그 다음 순으로 우점을 이루었다. 현지 조사된 우점종들은 대부분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 종으로, 1차 조사 시에는 주변에서 번식한 텃새들이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으나, 2차 조사에서는 텃새 외에도 겨울철 월동기에 도래하는 쑥새가 많이 관찰되었다. 쑥새는 아마도 이동기를 맞아 이곳을 경유하여 남쪽으로 이동하는 무리로 판단된다. 참새나 붉은머리오목눈이는 칠보산 자락에 분포하는 인가에 인접한 풀숲 사이, 주거지와 인접한 산림 등에서 무리를 이루고 있었다. 1차 조사와 2차 조사를 비교하였을 때, 1차 조사 시보다 2차 조사 시에 종 및 개체수가 증가하여 관찰되었다(Table 2). 이는 1차 조사 때는 하절기였으나, 2차 조사 시에는 초가을로 여름철새 및 겨울철새가 동시에 관찰되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Indices | 1차 조사(1st.) | 2차 조사(2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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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수(Number of species) | 21 | 29 |
개체수(Number of individuals) | 132 | 204 |
종다양도(Diversity index) | 2.66 | 2.85 |
총 32종의 관찰 종 중 텃새가 24종(75.0%), 여름철새가 5종(15.6%), 겨울철새가 2종(6.25%), 나그네세가 1종(3.12%)이 관찰되었다(Table 3). 1차 조사 시기는 이동이 없는 여름철이기 때문에 여름철새와 텃새가 주로 관찰되었고, 2차 조사 시기는 여름철새가 남하하고 겨울철새가 일부 도래하는 시기이므로 1차 조사 때보다 2차 조사 때에 비교적 다양한 조류가 관찰되었다.
이동형 (Migration) |
텃새 (Residents) |
여름철새 (Summer visitors) |
나그네새 (Winter visitor) |
미조 (Passage migrant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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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수(Number of species) | 24(75.0%) | 5(15.6%) | 2(6.2%) | 1(3.1%) |
칠보산에서 2차례 조사에서 확인된 포유류는 삵(Felis bengalensis), 청설모(Sciurus vulgaris), 다람쥐(Tamias sibiricus), 고라니(Hydropotes inermis), 너구리(Nyctereutes procyonoides), 집쥐(Rattus norvegicus), 갈밭쥐(Microtus fortis), 두더지(Talpa robusta) 등 8종이 확인되었다. 포유류는 대부분 야행성이므로 주간에 활동하는 다람쥐나 청설모 등처럼 조사시에 주간에 관찰될 가능성이 적은 동물군이다. 따라서 포유류 조사는 배설물, 이동터널, 족적 및 서식 흔적 등 간접적인 확인 방법으로 조사했다. 등산객을 상대로 탐문 조사도 실시했으나, 참고 자료로만 이용하였고 목록에는 기재하지 않았다. 동물상 조사시 삵은 배설물에 의해 확인되었다. 삵은 다른 고양이과 동물과 달리 배설물을 땅에 묻지 않으며, 배설물의 내용이 야생쥐나 조류의 사체 흔적이 포함되어 있어 쉽게 확인된다. 등산로 중간 중간 에 두더지의 이동통로가 분포해 있고, 다람쥐는 동면에 앞서 땅굴을 정비하며 특유의 소리를 내므로 쉽게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 갈밭쥐의 경우, 습지에 분포하는 갈대숲에 새둥지와 비슷한 둥지를 만들기 때문에 종재를 확인할 수 있으며, 너구리의 경우는 배설물을 일정한 장소에 축적하여 배설하는 특징으로 그들의 존재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칠보산 조사시에 직접 고라니를 확인하지 못했지만, 족적과 또한 다른 분류군 조사팀(양서․파충류)에 의해 촬영되어 그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집쥐는 민가 근처 또는 비닐하우스 근처에서 그들의 족적 및 배설물을 확인할 수 있었다.
2차례의 현지 조사 시에 관찰된 법적보호종의 조류는 총 2종으로 나타났다(Table 4). 1차 조사시에 환경부지정 멸종위기 야생동물 Ⅱ급 및 천연기념물 제 323호-1호인 참매와 천연기념물 제 323-8호인 황조롱이가 각각 1개체가 관찰되었다(Table 4). 황조롱이는 철탑이나 높은 나무 위의 빈 까치둥지 등을 이용하여 번식하는 습성이 있다. 1, 2차 모두 황조롱이 번식 시기가 아니므로 본 조사시에는 번식지를 확인하지 못했으나, 번식지로 가능한 버려진 까치둥지 등이 분포해 있는 등 황조롱이 번식지 환경이 잘 조성되어 있기 때문에 칠보산 일대에서 번식할 가능성이 높은 종이다. 한편, 포유류 중 법정 보호종으로 지정된 종은 멸종위기 II급인 삵을 확인할 수 있었다(Table 4). 본 종은 족적 및 배설물로 서식을 추정할 수 있다. 기타 포유류는 우리나라 전국적으로 분포하는 종인 고라니, 너구리, 청설모, 다람쥐 등이 서식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경기도 수원 칠보산에서 2019년도 후반기 조사에서 관찰된 조류 목록 중 주요 종의 개관은 아래와 같다(부록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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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조롱이(Dfalco tinuncul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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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새(Phoenicurus aurore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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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Pica p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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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턱멧새(Emberza eleg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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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비둘기(Streptopelia oriental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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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박새(Parus palustris, Parus maj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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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치(Garrulus glandri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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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Falco tinnuncul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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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까치(Lanius bucephal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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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새(Emberza rust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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힝둥새(Anthus hodgso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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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부리까마귀(Corvus macrorhynch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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꾀꼬리(Oriolus chinen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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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까치(Cyanopica cyana)
결론 및 제언
칠보산에서 2차례의 조사에서 관찰된 조류는 산림에서 텃새로 살아가는 종과 번식을 위해 도래한 여름철새 및 월동을 위해 도래한 종들로 비교적 다양한 조류가 관찰되었다. 주요 우점종은 붉은머리오목눈이, 참새 및 쑥새 등으로 국내에서 흔하게 분포하는 종이었다. 산림 내에서는 직박구리, 쑥새, 멧비둘기 등과 같은 산림을 선호하는 조류의 관찰이 많았으며, 농경지와 접경지역에는 붉은머리오목눈이, 박새, 딱새 등 농경지에서 먹이를 얻기를 선호하는 조류의 관찰이 많았다.
1차 조사 시기는 여름철이었고, 2차 조사는 초기 가을철이기 때문에 칠보산의 전체 조류상을 반영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2회의 조사 결과이기 때문에 포유류 또한 미비하다고 할 수 있다. 전체 조류상 및 번식조류의 확인을 위해서는 주요 번식기인 봄철 및 겨울철의 조사가 보완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과거에 끈끈이주걱, 통발 등 식충식물을 포함한 습지식물들이 다양하게 분포했던 논경작지 및 습지환경이 밭으로의 전환 및 배수로 설치 등으로 습지가 사라지고 있다. 다양한 습지는 습지식물은 물론 다양한 어류 및 양서류 등의 서식처를 제공해 준다. 아울러 이들을 먹이로 이용하는 다양한 조류 및 포유류의 서식공간이 되기 때문에 먹이 피라밋의 기본이 된다. 이런 생태적 여건을 방치한다는 것은 생물다양성보존을 중시하는 작금의 환경 관리 측면에서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 습지는 생물다양성의 보고이므로 사라져 가는 생물종의 보존을 위해 습지 복원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칠보산의 관리 주체인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이 점에 관심을 갖고 좀 더 세심한 조사 관찰과 분석을 통해 습지 복원을 통한 생물 종다양성 보존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된다. 이런 환경이야 말로 진정한 생태 교육장소로 활용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