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및 조사 방법
불곡산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과 광주시 오포읍 사이에 있으며, 성남 누비길 4구간을 이루고 있다. 성남시 둘레를 에워싸고 있는 산길은 모두 7구간으로 나뉘어 있다. 1구간은 7.5km 거리의 남한산성길, 2구간은 7.4km의 검단산길, 3구간은 9.7km의 영장산길, 4구간은 8.8km의 불곡산길, 5구간은 10.7km의 태봉산길, 6구간은 8.5km의 청계산길, 7구간은 9.5km의 인릉산길이다. 이와 같은 7개 구간 가운데 4구간인 불곡산은 분당의 구미동, 정자동, 수내동, 분당동 등 대규모 아파트단지와 빌라 단지 등 거주지와 맞닿아 있고, 해발이 335m(345m로 기록된 자료도 있으나, 불곡산 정상 표석에는 335m로 표기되어 있음)로 그리 높지 않으며,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산행 인구가 많다. 등산로 휴식년제 등 환경이 관리되고는 있지만, 분당 주민들에게 인기 있는 산행지라 생태 환경 훼손의 가능성이 상존한다.
분당 중앙고등학교 뒤편으로 불곡산을 오르면, 동이약수터가 나오고, 이곳을 지나 정상을 향하다 계단길이 나오는 곳에서 오른편 산길을 따라 오르면 습지가 나타난다. 습지는 물과 땅이 만나는 곳이며, 물기가 많아 축축하다. 습지는 크게 바닷가의 연안습지, 육지에 형성되는 내륙습지, 사람이 인공적으로 만든 인공습지로 나눌 수 있다(김웅서, 2014). 내륙습지 가운데 강원도 인제군 대암산 정상부근에 있는 대암산 용늪처럼 산에 형성된 고층습원은 상대적으로 드물다. 성남시를 가로지르는 탄천을 따라서는 복정습지 등 넓은 수변습지가 발달해 있지만, 산 능선 부근에 형성된 불곡산 습지는 비록 소규모이나, 생태학적으로 중요한 가치가 있다. 불곡산 산행을 하며 2004년부터 기록한 사진을 보면 이 습지가 점차 숲으로 천이하는 변화를 보이고 있어 연구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된다. 일정한 지역의 식생이 시간이 가면서 변화해가는 천이 과정을 거치면서 생태계의 속성도 바뀌게 되기 때문이다.
2004년부터 현재까지 산행 중 곤충(나비류, 나방류, 노린재류, 딱정벌레류, 매미류, 메뚜기류, 벌류, 잠자리류, 집게벌레류, 파리류 등), 거미류와 기타 무척추동물(플라나리아류 등), 양서류, 조류, 포유류 등의 척추동물과 초본, 목본, 선태류 등의 식물, 그리고 균류 등 불곡산에 서식하는 생물종의 사진 아카이브를 구축하였다. 불곡산은 대도시에 위치해 있고, 주민들의 산행이 활발하며, 생태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가지고 있지만, 생물상에 대해서는 아직 조사 연구된 바가 없다. 한국자연보전협회에서 불곡산 생태조사를 제안할 때, 분야별 참여 전문가에게 그동안 확보한 사진 자료를 참고로 제공한 바 있다. 이 보고서에서는 그동안 불곡산 산행 중 발견하여 사진 촬영에 성공한 척추동물 가운데 양 서류, 조류, 포유류 위주로 기재하였다. 종 동정은 양서류는 ‘주머니 속 양서 파충류 도감(손상호, 이용욱, 2007)’, 조류는 ‘주머니 속 새 도감(강창완, 김은미, 2006.)’과 ‘형태로 찾아보는 우리 새 도감(김남일 등, 2013), 네이버 지식백과 등을 참고하였다.
결 과
불곡산에 서식하는 양서류는 두꺼비가 있으며, 도롱뇽은 계곡에서 부화 중인 알이 발견되었다. 개구리목 두꺼비과에 속하는 두꺼비(Bufo bufo gargarizans)는 여름과 초가을인 2008년 9월 15일과 2017년 7월 16일에 발견되었다. 2차례 발견된 두꺼비는 모두 비가 온 후 습도가 높을 때 출현하였다. 유미목 도롱뇽과에 속하는 도롱뇽(Hynobius leechii)은 성체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알이 동이약수터에서 발원한 계곡 물속에서 발견되었다. 산행 중 파충류는 발견하지 못하였다.
조류로는 닭목 들꿩과의 들꿩(Tetrastes bonasia), 비둘기목 비둘기과의 멧비둘기(Streptopelia orientalis), 딱따구리목 딱따구리과의 쇠딱따구리(Dendrocopos kizuki), 큰오색딱따구리(Dendrocopos leucotos), 오색딱따구리(Dendrocopos major), 청딱따구리(Picus canus), 참새목 직박구리과의 직박구리(Microscelis amaurotis), 참새목 박새과의 박새(Parus major)와 쇠박새(Parus palustris), 참새목 동고비과의 동고비(Sitta europaea), 참새목 참새과의 참새(Passer montanus), 참새목 까마귀과의 까치(Pica pica), 큰부리까마귀(Corvus macrorhynchos), 어치(Garrulus glandarius)가 발견되었다. 촬영 시기는 사진 설명에 기록하였다. 이밖에도 인가가 가까운 탓에 닭과 집비둘기도 발견되었다.
포유류로는 식육목 고양이과의 고양이(Felis catus), 토끼목 토끼과의 집토끼(Oryctolagus cuniculus), 쥐목 다람쥐과의 다람쥐(Tamias sibiricus), 쥐목 청설모과의 청설모(Sciurus vulgariscoreae)가 발견되었 다. 이 가운데 고양이와 집토끼는 사육하던 개체인 것으로 추정된다. 고라니(Hydropotes inermis)는 발견하였으나 사진 촬영을 하지 못했고, 멧돼지는 출현하였다는 보고가 있다.
불곡산에서는 어린이나 학생 등을 대상으로 하는 생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으며, 많은 주민들 이 찾고 있다. 그렇지만 불곡산에서 만날 수 있는 동물과 식물, 균류 등에 대한 생태학적 자료는 거의 없다시피하다. 향후 생태조사가 이루어져 불곡산의 생태도감이나 필드 가이드북 등이 만들어지면, 불곡산이 훌륭한 자연 학습장으로 이용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