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광덕산은 아산시 배방읍 송악면과 천안시 동남구 광덕면 광덕리에 걸쳐 있는 해발 699.3m의 차령산맥 줄기를 잇는 산이다. 산의 남사면 및 북사면 하단부에는 광덕사 지구와 외암민속마을 및 계곡 유원지 일원을 포함하는 인간활동이 활발한 지역이며 그 외의 삼림생태계 지역은 등산 등 일상적인 산지 레저활동이 발생하는 지역이다.
벌목은 전 세계적으로 약 100,000 여종 이상이 알려져 있으며, 나비목 및 딱정벌레목에 이어 세 번째로 다양성이 큰 곤충류이다(William & Huber, 1993). 이들은 식물의 수분 매개자로서 생태계의 기반인 생산자의 다양성 유지에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써 작용할 뿐만 아니라, 그들 생활사의 각 단계별로 나타나는 독특한 생육양식은 식식성으로부터 포식성(기생포식자를 포함하여)에 이르는 다양한 섭식의 단계 및 단독생활형으로부터 고도로 분화된 계급구조를 가지는 진사회성의 벌류까지 다양한 생활양식으로 나타난다. 특히 포식성(predator) 및 포식기생성 벌류(Parasitoids)는 곤충 간에 형성된 먹이망의 상위 영양단계에 위치하며 다른 식식성 곤충류에 대한 개체군 조절 능력을 통하여 육상생태계의 균형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즉, 다른 종보다 경쟁력이 큰 종의 개체군 크기를 조절함으로써, 식식자(herbivore)의 종다양도를 유지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동시에 식식자가 기주식물을 과대하게 감소시키는 것을 제어한다(LaSalle, 1993). 하지만 분해자, 수분자 및 포식자 등으로 요약되는 종 및 생태적 수준에서의 이러한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다른 곤충류와 비교하여 벌의 유전적 다양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러한 낮은 유전적 다양성은 환경적 교란에 대하여 더욱 민감하여, 생존 혹은 존속 가능한 최소 개체군 크기의 증가라는 결과를 나타낸다. 따라서 이러한 감수성의 증가는 환경교란 감시에 대한 지표종으로서의 벌목 이용에 관한 높은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LaSalle & Gauld, 1993).
본 연구는 광덕산의 산지 지역으로부터 관찰, 채집하여 동정한 말벌상과 및 꿀벌상과에 속한 분류군을 다루고 있다. 두 개 상과에는 침벌류(Aculeata) 중 포식 및 포식 기생성 벌류, 분해자 개미류 및 수분매개자인 꿀벌류가 포함되어 있으며, 반야생지역으로부터 야생지역에 고르게 분포하는 생물인자들이다. 또한 저자들의 입장에서 이들 분류군들은 정확한 동정이 가능하며 재료 수집이 용이한 이점이 있다. 비록 말레이스트랩, 쓸어잡기 등 무작위적인 채집을 통하여 극소형으로부터 소형의 다양한 기생벌류(Parasitica)가 채집되었으나, 분류학적 정확도의 측면에서 그들의 출현 정보는 본 보고에서 제외하였다. 본 보고를 위하여 채집된 말벌상과 및 꿀벌상과에 속한 종들은 전량 동정 수록하였으며, 본 보고에서 제공된 종목록이 추후 지역 생물감시 비교를 위한 기초자료로서 이용되기를 희망한다.
재료 및 방법
현지조사는 2021년 6월 20일, 7월 20일, 8월 21일, 8월 28일, 9월 24일 및 10월 3일 총 6회 주간에 실시하였다.
현지조사 시 강당골주차장으로부터 산 정상부 및 광덕사에서 정상부에 이르는 등산로를 도보로 이동하며 관찰채집 및 쓸어잡기를 실시하였다. 강당골 주차장으로부터 정상까지의 등산로 양측에 40개의 먹이 유인트랩(bait trap)을 설치하여 개미류를 채집하였으며, 중간부에 말레이스트랩을 설치 운영하였다.
종목록에서 상위분류군은 William and Hurber(1993)의 분류체계를 이용하여 정리하였으며, 각종의 학명과 국명은 국가생물종목록(National List of Species of Korea, 2020)을 사용하였다.
모든 표본은 건조표본으로 제작하였으며, 동남보건대학교 김정규 개인소장처에 보관하였다.
결과 및 고찰
2개 상과의 10과 48종의 출현을 확인하였다(Table 1, 2). 각 과별 포함된 종들의 생육양식 및 주요 생태적 기능 또한 Table 1에 포함하여 기록하였다.
본 지역은 소위 사냥벌(hunting wasps)로 알려진 분류군들의 출현이 매우 두드러졌다. 거미류를 자신의 새끼를 위하여 준비하는 대모벌을 제외하고는 이들 모두가 여타의 곤충류를 사냥하여 새끼의 먹이로 제공하는 생활사를 가진 것들이다. 이는 본 지역에서 실제적으로 측정되지는 않았지만 이들의 먹이원이 되는 1차 소비자(herbivores)의 안정적 공급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한다. 또한 다량의 곤충류 먹이를 소비하는 사회성 말벌류의 출현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 또한 이러한 추론을 지지한다.
본 조사 목록에 포함된 모든 벌류의 성충은 그들의 에너지원으로서 꽃꿀(탄수화물) 혹은 화분(단백질)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므로 잠재적인 수분매개자이다. 하지만 수분매개에 특화된 꽃벌류(bees)의 종다양성은 매우 낮았다. 특히 인간활동이 일어나는 산지 하단부를 제외하고는 현지조사에서 거의 출현하지 않았다. 이는 본 지역의 식생이 주로 잘 발달한 아교목/교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하층부로의 태양광 투과가 적어 하층식생이 발달하기 어려운 특징으로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오히려 다수의 꽃벌류는 인간간섭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쳐 개방된 공간에 자연적, 인위적으로 형성된 하층 현화식물의 출현 정도와 그 상관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본 지역에서는 등산로 주변에 간헐적으로 자란 북나무, 싸리에서 꽃벌류의 먹이활동이 주로 관찰되었다.
2000년도 초반 국내 부산에 상륙하여 정착, 확산 일로에 있는 등검은말벌(Vespa velutina)이 본 조사 중 다수 지역에서 출현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등검은말벌은 현재 전세계적인 대표 침입외래곤충의 하나이며 자연생태계에서 다른 말벌류(Genus Vespa)와 경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Ikegami et al., 2020). 특히 한국의 도심지역에서는 털보말벌(Vespa simillima)과 그 생태적 지위가 겹치며 그 세력이 확대하는 경우 털보말벌을 대체하는 경향이 보고된 바 있다(Choi et al., 2012). 현지조사 시 본 지역에서 이들의 집(nest)은 확인하지 못하였으며, 이들의 우의적 출현에 관한 직접적 증거를 찾지는 못하였다. 말벌류는 곤충류 하위영양구성자 즉 1차 소비자의 조절인자로서 기능을 하는 주요 기능군으로서 등검은말벌의 공간 및 개체군 크기의 확대는 그간 토종생물군 간에 자연적으로 형성되어 왔던 먹이망을 교란함으로써 생태계의 균형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 본종을 포함하는 상위포식자들의 출현 양상에 대한 지속적 생물감시의 시행이 바람직하며, 필요 시 본 종의 적극적인 제거 활동이 요구된다.
광덕산 산림지역은 빈번한 레저활동이 발생하고 있으나 현재 비교적 인위적 압박에 의한 뚜렷한 훼손이 일어나지 않는 지역으로 판단한다. 인간의 건강한 이용과 자연의 최대한 보전이라는 측면에서 슬기롭게 이용되는 지역으로 유지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