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경포도립공원은 1982년 자연보존법에 의해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경포호와 경포해변, 경포대를 비롯한 경포호 일대와 북쪽의 순포호와 순포해변 일대를 포함하는 넓은 면적을 자랑하였으며, 사빈, 해안사구, 사주, 석호, 기수역, 배후습지, 구릉성 산지 및 각종 풍화 지형들이 나타나는 지형학적 다양성이 높은 지역이었다. 그러나 경포해수욕장과 경포호를 중심으로 개발 및 사유지의 사용 등으로 인해 위락시설들이 들어서면서 많은 지형들이 자연성을 잃어갔으며 급기야 도립공원의 일부가 해제되기에 이르렀다. 그 결과, 현재는 도립공원의 면적이 축소되었고, 자연성이 낮은 지형자원들의 분포가 주를 이루고 있다(Fig. 1). 그러나 남아 있는 보호지역의 일부에서 습지 조성과 복원 사업이 진행되었고, 지형변화 및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제한하는 등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어 비교적 안정적인 환경이 잘 유지되고 있다. 다만 지형은 주변환경과 상호작용을 통해 자연적인 유지가 되는 하나의 시스템이기 때문에 지형 단위 단독으로 보전하는 것이 아닌 주변의 지형들을 포함하여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역 개관
경포도립공원이 위치한 태백산맥의 동사면과 동해안 사이의 좁은 구역은 지반이 지속적으로 융기되면서 오랜 기간의 풍화와 차별침식을 받은 결과, 기복이 작은 구릉성 산지와 평탄지 등이 주로 발달하고 있다. 이러한 지형들은 두꺼운 풍화층으로 덮여 있거나 풍화에 의해 형성된 핵석이나 기반암이 침식에 의해 노출되어 암석 경관을 형성하기도 한다.
경포도립공원이 위치한 지역은 중생대 쥐라기에 관입한 대보화강암 계열이 주를 이루고 있다. 주문진화강암, 흑운모화강암, 강릉화강암이 대부분의 구릉지대에 분포하며, 경포호 남쪽 일부에 트라이아스기에 형성된 남항진 섬록암이 대상으로 분포한다. 순포습지와 경포호는 신생대 제4기 충적층이 주변의 화강암 구릉지에 둘러싸인 분포를 나타내며, 화강암 기원의 풍화물질이 퇴적되어 형성되었다. 태백산지에서 동해로 유입되는 하천은 길이가 비교적 짧지만 풍화물질의 공급량이 많아 사빈과 해안사구를 비롯한 다양한 해안 퇴적 지형들을 형성시켰다.
순포습지는 1920년대에 89,000m2의 대규모 면적을 자랑하는 전형적인 동해안의 석호였다. 그러나 석호를 비롯한 습지는 쓸모없는 땅이라는 인식하에 많은 부분이 경작지로 개간되어 이용되었고, 수계의 형태가 변형되었으며, 습지수 유입량도 인위적으로 조절되어 자연적인 석호의 모습이 점차 사라져갔다. 이후 2000년대까지 지속적인 인간의 간섭으로 인해 습지 면적이 원래의 1/6로 줄어들게 되었다. 현재는 생태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1년 복원사업을 실시하였으며, 2016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Fig. 2). 사빈과 사구지대의 경우 군사지역으로 출입이 통제되는 부분은 비교적 환경변화가 크지 않지만 해안도로의 서쪽 사구지대는 카페와 상업시설이 일부 들어서 지형의 변화가 관찰된다.
경포호는 60년대와 70년대에 면적의 감소가 현저하게 나타난다. 이 시기에 경포호에 호안도로가 건설되어 호안 환경에 큰 변화가 일어났으며, 주변 농경지의 확대와 음식점과 숙박업소 등의 위락시설이 급증하여 경포호의 면적이 급격히 감소한 것으로 판단된다(Fig. 3). 또한 70년대에 들어서 인공제방을 건설하여 경포호로 직접 유입되던 경포천의 유로를 변경시켜 경포호로 유입되던 퇴적물의 공급이 중단되었다. 이후 경포호의 호안과 상류지역을 방문객들이 휴식을 취하거나 생태학습을 할 수 있도록 호수공원 및 습지 공원으로 변형시켰다. 그 결과, 현재는 자연상태의 모습이 남아 있는 원형의 경포호와는 매우 다른 경관을 나타내고 있다.
지형자원의 특성
경포도립공원 순포지구의 지형은 크게 사빈(sand beach)에 해당하는 사천해변과 순포해변, 사빈 배후의 해안사구(coastal sand dune), 그리고 사구 배후에 위치한 석호(lagoon)인 순포습지로 구분된다. 사천해변과 순포해변은 화강암의 풍화로 인해 형성된 조립질 모래가 연안류에 의해 이동하여 퇴적된 전형적인 동해안 사빈에 해당한다. 사빈의 폭이 좁고 경사가 급하며 계절에 따라 범(berm)의 위치가 변하는 특성을 나타낸다(Fig. 4).
해안사구는 사빈의 배후에 발달하는 해안퇴적지형으로 동해안에서 매우 흔하게 관찰된다. 순포지구의 해안사구는 사빈을 따라 약 1,800m 정도의 길이를 가지며, 배후산지의 분포에 따라 50~150m 정도의 폭을 나타낸다. 전사구, 이차사구, 사구열 등 해안사구에서 흔하게 발견되는 대표적인 사구형태가 나타나지 않으며, 취식와지(blowout)나 슬러프터(slufter)와 같은 사구 미지형들도 관찰되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사구사의 체적이 매우 작고 경사가 완만하며, 낮은 비고를 보이는 빈약한 해안사구의 형태를 하고 있다(Fig. 5).
순포습지는 동해안에서 흔하게 발달하는 석호습지에 해당하는 지형으로 2011년 생태적으로 우수성을 인정받아 복원공사가 진행되었고, 이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 석호를 구성하는 지형적 요소로는 석호에 담수와 퇴적물을 공급하는 하천 및 하천 유역이 있으며, 바다와 일시적 혹은 부분적으로 단절과 연결을 반복하는 해안퇴적지형인 사주(bar) 또는 사취(spit) 등이 있다. 해수면 하강과 같은 퇴적을 방해하는 요인이 없다면 석호는 형성된 이후로 퇴적물의 지속적인 공급으로 인해 석호의 수심이 얕아져 결국 육화되어 사라지는 과정을 겪는다. 순포습지 역시 형성된 이후로 퇴적물의 공급으로 인해 면적이 감소하였으나, 습지복원공사로 인해 퇴적물의 공급이 중단되어 자연적인 면적의 변화는 거의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순포습지는 크게 북호와 남호로 구분되며(Fig. 6, 7), 순개골과 앵개골, 작은순개골에서 매우 작은 하천이 유입되어 습지수를 유지하고 있다. 바다와 만나는 부분은 사주가 아닌 사빈으로 막혀 있어 기수역이 형성되지 않고 있으며, 이는 자연적인 사빈의 형성(Fig. 8)과 함께 인위적인 양빈의 결과로 보인다(Fig. 9). 소규모의 석호나 하천이 바다로 유입될 경우, 사주나 사취가 아닌 사빈으로 단절되어 있는 경우가 종종 있으며, 석호의 유량이 급격히 증가하는 장마철에 갯터짐(tidal inlet) 현상으로 바다와 연결되기도 한다. 순포습지의 경우, 습지 바닥의 고도가 해수면보다 높은 부분이 많아 자연적으로 바다와 연결될 경우 습지수의 손실이 심할 것으로 판단된다.
경포도립공원 경포지구의 지형은 크게 경포호 북서부의 구릉성 산지, 석호인 경포호, 경포호 상류부분의 소택지형 습지인 가시연 습지로 구분할 수 있다. 경포호 상류에는 경포천이 흐르고 경포호 전면에는 바다와 경계를 이루는 사주가 발달하고 있으며, 사주 위에는 해안사구와 사빈이 나타나고 있어 전형적인 하천-석호-사주-사빈 시스템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현재 해안사구와 사빈과 같은 지형들은 많은 부분이 개발되어 도립공원 구역에 포함되지 않고 있다.
구릉성 산지 지형은 오랜 기간의 풍화와 침식에 의해 지형의 기복이 작아진 결과 형성된 지형이며, 경포지구의 구릉성 산지는 농경지와 주거지로 둘러싸여 있을 뿐 특별한 지형자원이 관찰되지 않는다.
경포호는 동해안의 가장 대표적인 석호이지만, 주변 지역의 개발과 석호습지의 공원화로 인해 자연상태의 모습이 사라진 상태이다(Fig. 10). 전형적인 석호의 증거인 경포천은 경포호로 직접 유입되지 않고, 남쪽으로 새로운 유로를 만들어 경포호를 돌아가고 있으며, 가시연 습지를 지나온 습지수가 경포호로 유입되어 경포호의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Fig. 11). 습지수가 유출되는 부분은 경호교, 월송교, 강문교를 지나 바다와 직접 만나며 넓은 기수역을 형성하고 있다(Fig. 12). 석호의 중앙에는 홍장암(紅糚巖)과 조암(鳥巖)이라는 바위가 수면 위로 드러나 있다. 이 바위 위에 월파정이 자리하고 있는데, 이곳에 분포하는 바위들은 토르(tor) 지형에 해당한다(Fig. 13). 토르는 화강암이 오랜 기간의 심층풍화를 받아 핵석(core stone)이 형성되고, 핵석을 둘러싼 풍화물질들이 삭박에 의해 제거되어 지표에 드러나 쌓여 있는 지형을 말한다. 이러한 지형들을 제외하면 석호 내부에는 다양한 지형자원이 분포하지 않는다.
소택지형 습지(swamp)인 가시연 습지는 경포호의 상류에 위치하며, 수심이 얕고 경포호보다 상대적으로 수위가 약간 높아 습지수가 지속적으로 경포호로 공급되는 특징을 보인다(Fig. 14). 상류부분의 경포천이 유입되는 부분은 경포천의 수위가 상승할 경우에만 유입될 수 있도록 인공구조물을 설치하여 습지수의 지속적인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지형자원의 관리
순포습지는 2011년 생태적으로 우수성을 인정받아 복원공사가 진행되었고 이후 2016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Fig. 15). 복원공사 이후 습지 주변의 대대적인 환경 개선이 이루어졌다. 관람용 목제 데크와 탐방로가 조성되어 효율적인 생태보전과 더불어 방문객들의 안전한 생태 탐방이 가능하게 되었다(Fig. 16, 17). 또한 입구의 주차장을 비롯하여 습지 곳곳에 안내판과 조류관찰 전망대, 벤치 등을 설치하여 방문객을 대상으로 한 정보전달과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습지 전면의 사빈은 군사지역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철책과 초소가 설치되어 있어 일반인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Fig. 18). 이로 인해 사빈은 해안침식이 일어나는 일부 구간을 제외하면 자연상태를 잘 유지하고 있다.
해안사구지대에서 사구 모래의 이동을 관찰한 결과 현재 사빈과 사구 및 배후지역 간에는 매우 느린 모래의 이동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사빈에서 기원한 모래가 사구지대의 소나무에 막혀 사구 및 배후지역으로 이동하는 양이 매우 적을 뿐만 아니라 해안도로가 지나가면서 사구지대를 단절시키고 있어 사구 모래가 배후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이 원활하지 않게 된 것으로 판단된다(Fig. 19).
경포지구는 자연상태의 지형보다 인위적인 요소들이 많이 관찰된다. 경포호의 호안은 석축으로 조성되어 있으며(Fig. 20), 호안을 따라 탐방로가 조성되어 있다(Fig. 21). 곳곳에 전망데크와 인공 조 형물이 위치하고 있지만 대체로 관리가 잘 되고 있어 큰 지형의 변화 또는 주변 지형에 위해를 미치는 요소는 관찰되지 않는다.
가시연습지 지역은 목제 탐방데크와 포장도로, 매트형 탐방로 등 습지의 부분적인 특성에 맞는 다양한 탐방로를 설치하여 토양의 유실과 지형변화를 방지하고 있다(Fig. 22). 그러나 상류지역에 조성된 유수지의 경우 호안을 따라 토양의 침식이 심각하게 발생하고 있다(Fig. 23). 강우 시의 지속적인 토양 침식이 반복되어 길이 2~3m, 폭 20~40cm, 깊이 30~60cm 정도의 우곡(gully)이 수십여 개가 관찰된다. 우곡이 발생하게 되면 사면의 안정성이 급격하게 감소하고, 나아가 탐방로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침식된 토양이 유수지에 흘러들어 퇴적되게 되면 유수지가 저수할 수 있는 용량이 감소하게 되어 하류의 습지와 경포호의 관리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순포지구는 사빈, 해안사구, 습지로 구성되어 있으며, 물질 이동의 측면에서 하나의 해안 지형 시스템으로 볼 수 있다. 조사 결과, 비교적 지형의 보존 상태는 좋은 편이지만 해안사구지대의 단절로 인해 폭풍이나 해수면 상승과 같은 영향 요소가 발생할 경우, 자연적인 지형의 복원은 어려워 보인다. 이를 위해 사구지대의 송림 숲을 간벌하거나 배후지역으로 연결되는 바람통로 등을 조성한다면 사구 모래의 원활한 이동이 가능하게 되어 재해가 닥쳤을 경우 자연적인 복원을 기대할 수 있다.
순포습지는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어 비교적 관리가 잘 되어 있는 편이지만, 습지를 유지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습지수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배후지역의 보호가 중요하다. 현재 수면지역을 포함하여 일부 완충지대가 설정되어 있지만, 외부의 영향을 완충하여 감소시키기에는 그 범위가 매우 좁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습지가 조성되어 있는 지역뿐만 아니라, 순개골과 앵개골, 작은순개골 등 습지수가 유입되는 지역의 환경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보호가 필요하다. 이러한 지역을 습지보호를 위한 완충지대(buffer zone)로 넓게 설정하여 과도한 개발이나 사면을 변화시키는 등의 큰 지형변화가 일어나지 않도록 지역주민들과 협력하여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경포지구는 인위적인 변형을 받아 자연 상태의 지형이 잘 나타나지는 않지만, 지속적인 관리로 인해 비교적 잘 보전되고 있다. 가시연 습지 상류에서 나타나는 토양침식 현상이 두드러진다. 이는 침식을 방지하는 매트를 설치하거나 토양의 입자들을 잡아주고 빗물의 타격 에너지를 감소시킬 수 있는 식물을 식재함으로써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 석호습지는 하천과 바다가 연결되어 형성된 하나의 하구 지형 시스템으로 볼 수 있다. 현재 경포지구의 석호는 경포호와 가시연 습지만 도립공원에 포함되어 관리되고 있지만, 하류에 발달한 기수역과 해안사구 및 사빈과 연결하여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러나 기수역과 해안사구, 사빈 등은 이미 개발로 인해 많은 변형이 이루어졌고 도립공원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통합적인 관리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유수지를 포함한 가시연 습지와 경포호를 중심으로 토양 유실 및 지형변화를 방지하는 다양한 형태의 탐방로를 현재와 같이 관리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으로 생각된다. 이와 더불어 경포천 상류의 일부 지역을 석호의 수질과 수위를 유지하기 위한 완충지대로 설정하여 과도한 개발이나 사면을 변화시키는 등의 큰 지형변화가 일어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결론 및 제언
개발로 인한 도립공원의 면적 감소와 단절은 지형자원의 보존과 관리에 있어서 악영향을 미친다. 지형자원은 단일 지형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지형들과 연결되어 물질과 에너지의 순환이 끊임없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경포 도립공원은 지속적인 개발 압력에 의해 이미 많은 부분이 자연성을 상실하였으며, 사유지에 해당하는 부분이 많아 관리와 보전에 있어서도 많은 제약이 따르는 지역이다. 순포지구는 해안사구가 단절되어 모래의 이동이 원활하지 않아 외부의 영향으로 훼손될 경우 자연적인 회복이 어렵다. 이는 배후로 모래가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해안사구지대의 송림을 간벌하거나 바람통로를 조성하는 것으로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하다. 경포지구의 가시연 습지 유수지에서 나타나는 토양침식은 침식 방지 매트를 설치하거나 침식에 강한 식물을 식재함으로써 감소시킬 수 있다. 순포지구와 경포지구 모두 습지수의 유지와 보전을 위한 상류지역의 일부를 완충지대로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아가 지형을 각각 분리된 개별 지형단위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시스템으로 보고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