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진균(Fungi)은 생태적으로 매우 중요한 분류군이다. 균류는 식물과 공생하여 식물의 양분 흡수를 돕거나, 다른 식물 생장을 촉진하기도 하고, 다른 병원체로부터 식물을 보호한다. 또한 균류는 고분자 식물 조직을 분해하는 분해자로서 물질과 에너지 순환에 큰 역할을 한다(Daecon, 2006). 식물의 육지 진출 초기에 식물과 공진화를 통하여 공생을 해왔으며, 이에 따라 현대 지구 환경을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하였다(Mills et al., 2017). 기후변화가 당면한 현재, 균류에 대한 연구가 필수적이라고 볼 수 있다.
대한민국에는 약 4만 7천여 종의 생물이 보고되어 있으며, 그 중 균류는 약 5천여 종이 보고되어 있다[National Institute of Biological Resources (NIBR), 2016]. 과거부터 고등균류의 다양성에 대한 연구는 자실체 발생을 조사하는 것이었지만,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을 통한 군집분석 결과와 잘 맞지 않는다(Jang et al., 2015). 자실체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균류마다 특정한 조건이 필요하며, 따라서 자실체는 특정 시점의 균류 다양성을 완전히 대표하기 어렵다(Gange et al., 2007). 자실체 조사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에 걸친 조사를 통한 보완이 필요하다. 하지만 신분류군을 보고하기 위해서는 자실체의 형태학적 연구가 필요하며, 따라서 자실체를 통한 균 다양성 연구도 필수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Genomic rRNA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은 생물의 동정과 계통분석에 널리 이용된다(Kolbert and Persing, 1999). 진핵생물, 특히 균류에 대해서는 Internal Transcribed Spacer (ITS) 영역과 Genomic 28S rRNA (Large Subunit, LSU) 영역이 널리 이용된다(Schoch et al., 2012). 이 영역은 담자균 동정에 적당한 해상력을 나타내며, PCR을 통한 증폭이 쉬운 장점이 있다.
대한민국의 수도권 지역은 도시화가 진행되어 생물다양성이 낮을 것이라 예상하기 쉽지만, 수도권에서도 미기록종은 꾸준히 발굴되고 있다(Jang et al., 2012; Jang et al., 2014). 오히려 국립공원은 정부에 의해 지속적인 다양성 모니터링이 이루어지는 반면(Korea National Park Service, 2011), 국립공원이 아닌 지역에 대한 조사는 비교적 부족한 상황이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경기도 성남시와 광주시의 사이에 위치한 불곡산 담자균류 자실체 발생을 조사하고, 이를 토대로 불곡산의 균류 다양성을 알아보고자 한다.
조사 방법
2017년 11월부터 12월의 기간 동안 불곡산의 버섯발생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었다. 발견한 버섯은 NEX-5R digital camera (Sony, Tokyo, Japan)를 이용하여 사진을 기록하였다. 정확한 동정이 요구되는 버섯의 경우 자실체를 채집하였다. 채집된 표본은 Largent (1977)의 방법으로 육안 관찰을 통해 동정하였다. 표본의 미세구조 관찰은 Olympus BX51 편광 현미경을 통해 진행하였다. 미세구조 관찰 방법은 Largent et al. (1977)을 따랐다. 채집된 버섯은 건조표본으로 만들어 Korea University Culture Collection (KUC, South Korea)에 보관하였다.
건조 표본으로부터 Genomic DNA를 추출하기 위하여 Accuprep Genomic DNA Extraction Kit (Bioneer, Korea)를 사용하였고, 추출 방법은 설명서를 따랐다. PCR 반응은 nuclear ribosomal DNA의 large subunit (LSU)과 internal transcribed spacer (ITS) 영역을 대상으로 하였고, 프라이머는 각각 LR0R/LR5과 ITS1F/LR3를 사용하였으며, Hong et al. (2015)의 방법을 따랐다. 증폭된 PCR 산물은 전기영동을 통하여 확인하였고, 확인된 DNA는 Accuprep PCR Purification Kit (Bioneer, Korea)를 이용하여 정제하였다. 정제된 DNA는 Macrogen Ltd. (Seoul, Korea)에 위탁하여 서열분석을 실시하였다. 분석된 염기서열은 BLASTn (http://blast.ncbi.nlm.nih.gov/Blast.cgi) 검색을 이용하여 동정하였다.
결과 및 고찰
조사된 버섯은 4목 12과 24속 35종으로 분류되었다(Table 1, Fig. 1). 목 단위에서는 구멍장이버섯목(Polyporales)이 18종으로 가장 다양했고, 소나무비늘버섯목(Hymenochaetales)이 5종이므로 그 다음이었다. 주름버섯목(Agaricales)이 4종이었고, 무당버섯목(Russulales)이 4종이었다.
다수의 버섯이 BLAST 검색 결과, 종까지 동정되지 않았는데, 이는 잠재적 신종으로 연구가치가 있다고 사료된다. 형태학적 분석을 통해 후속 연구를 진행한다면 이들을 보다 정확히 동정하거나 또는 신종으로서 보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사된 모든 자실체는 목재부후균이었으며, 이는 조사 시기의 기온이 자실체의 형성에 필요한 온도에 비하여 너무 낮아 새로 발생하는 버섯이 드물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균근류 버섯은 주로 늦은 봄부터 가을까지 온난하고 습윤한 환경에서 자실체를 형성한다(Park and Lee, 2011).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주름버섯류가 전혀 채집되지 않았다. 한편, Fuscoporia gilva, Phanerochaete sordida, Trametes hirsuta가 이 지역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었다.
이번 연구에서 가장 높은 다양성을 나타낸 구멍장이버섯목은 수많은 목재부후균을 포함하는 분류군이다. 형태적으로는 고약버섯류와 구멍장이버섯류의 형태가 대부분이다. Antrodia, Daedaleopsis, Irpex, Phanerocheate, Pycnoporus, Trametes 등이 흔히 발견되며, 수도권에도 널리 분포한다(Jang et al., 2014). 이 분류군은 보통 딱딱해서 식용으로 부적합하지만, 약용으로 이용되는 종이 많다. 가장 유명한 약용버섯인 불로초(영지, Ganoderma lucidum)가 이 분류군에 속한다(Park and Lee, 2011). 이 연구에서 Ganoderma속은 발견되지 않았는데, 강원도 지역에서는 상당히 흔하게 발견되는 분류군이다(Jang et al., 2015). Trametes 속은 세계적으로 흔하지만, 약용으로 이용된다. 그 중에서도 T. versicolor는 한의학에서 널리 사용되는 약용 버섯이다(Park and Lee, 2011). Pycnoporus도 한의학에서 이용하는 약용버섯이다(Park and Lee, 2011). 이 중에서 P. sordida와 T. hirsuta는 가장 흔하게 발견되었으며, 등산로를 따라서 매우 넓은 지역에 분포하였다.
소나무비늘버섯목은 두 번째로 많은 종이 조사되었다(Table 1). 이 중에서 Fuscoporia gilva는 특히 흔하였으며, 불곡산 전역에서 발견되었다. 소나무비늘버섯목 역시 식용으로는 부적합하지만, 상황버섯, 차가버섯 등의 잘 알려진 약용버섯을 포함하는 분류군이다. 하지만 이 지역에서 잘 알려진 약용 버섯은 발견되지 않았다.
주름버섯목은 고등균류 중 가장 다양성이 높은 분류군으로 전세계적으로 13,000종 이상의 다양성을 보인다(Kirk et al., 2008). 하지만 본 연구에서는 4종만 조사되었다(Table 1). 이는 시기의 문제로 보이는데, 주름버섯목은 많은 주름버섯류 버섯을 포함하며, 이들은 일년생 버섯이 대부분으로 짧은 시기 동안만 자실체를 만들며, 그 시기도 대부분 여름과 가을이다(Park and Lee, 2011). 따라서 겨울에 진행된 본 연구에서 주름버섯류 버섯은 발견되지 않았다. 주름버섯목은 팽나무버섯(팽이, Flammulina velutipes), 표고(Lentinula edodes), 느타리(Pleurotus ostreatus), 송이(Tricholoma matsutake) 등 상업적으로 재배되는 식용버섯을 포함한다. 본 연구에서 발견된 Panellus stypticus, Plicaturopsis crispa, Schizophyllum commune는 국내에서 흔하게 발견되는, 비교적 자실체 크기가 작은 목재부후균이며, 식용으로 쓰이지 않는다(Park and Lee, 2011).
무당버섯목은 무당버섯과 젖버섯 등의 주름버섯류가 대표적인 분류군이지만, 민주름버섯류 진균들도 역시 포함한다(Kirk et al., 2008; Park and Lee, 2011). 본 연구에서는 목재부후균만이 발견되었기 때문에 적은 다양성을 나타내었다. 이 중 Stereum은 국내에서 매우 흔하게 발견되는 목재부후균이다(Park and Lee, 2011; Korea National Park Research Institute, 2012).
목이 불분명한 종은 무른흰살버섯(Oxyporus cuneatus), 흰목재고약버섯(Peniophorella praetermissa) 그리고 Peniophorella rude가 채집되었다(Table 1). 무른흰살버섯(Oxyporus cuneatus)은 주로 측백나무나 전나무와 같은 침엽수의 죽은 목재에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Gilbertson and Ryvarden, 1987), planted forests에서 우점한다(Yamashita et al., 2012). Oxyporus 속은 Rigidoporus, Physisporinus, Leucophellinus와 형태적으로 매우 비슷하고, 계통학적으로 가깝게 위치한다. 특히 Oxyporus와 Rigidoporus의 몇 종은 Hymenochaetales에서 nested되는 종이 나타났다. 그러나 이들의 정확한 분석을 위한 종과 표본의 수가 한정되어 있어 정확한 계통학적 위치가 아직 불분명하다(Wu et al., 2018). 흰목재고약버섯(Peniophorella praetermissa)는 형태적으로 매우 복잡한 종이고, Peniophorella rude는 원래 Hyphoderma에 속해 있었으나, 최근 연구를 통해 Peniophorella 속으로 동정되었다(Hallenberg et al., 2007). P. praetermissa는 수십 년간 종 복합체가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은 종이고, 매우 많은 이명이 존재한다. 최근에 P. pertenuis가 P. praetermissa 종 복합체 중에서 새롭게 재동정되기도 하였다. P. praetermissa 종복합체는 여전히 정확한 진화와 분화 관계를 이해하기 어렵다(Hallenberg et al., 2007). 계통학적으로 불분명한 종들의 정확한 동정을 위해서는 더 많은 표본이 필요하다(Hallenberg et al., 2007).
발견된 버섯 중에서 Hyphodontia chinensis (Hymenochaetaceae, Hymenochaetales)는 2017년에 발표된 신종으로, 국내에는 아직 보고되지 않았다(Chen et al., 2017). 이 종을 국내에 보고하기 위하여 심도있는 형태분석 및 계통분석이 진행 중이다. 이 종은 고약버섯류의 형태를 보이는 일년생 자실체를 형성하며, 자실체 표면은 백색에서 연한 크림색이다.
본 연구에서는 35종의 담자균이 조사되었다. 많다고 볼 수 없는 숫자지만 겨울에 조사가 이루어진 것 치고는 다양한 종이 발견된 것으로 사료된다. 여름과 가을까지 포함된 조사라면 훨씬 더 많은 숫자의 다양성이 조사될 것으로 기대한다. 보다 정확한 균류 다양성을 얻기 위해서는 앞으로 수년에 걸쳐서, 이 지역을 포함한 보다 넓은 지역의 서식지에 대한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
결 론
경기도 광주시와 성남시에 걸쳐서 위치한 불곡산에서 총 35종의 버섯을 확인하였다. 조사가 겨울철에 한정하여 이루어졌기 때문에 자실체의 지속 기한이 짧은 버섯들이 제외되었지만, 목재부후균 만은 상당히 다양한 버섯이 발견된 것으로 보인다. 이들 분류군에 속하는 목재부후균은 보통 식용으로 부적합한 버섯이 많지만, 약용으로 이용되는 버섯이 많으므로 대사산물 약리활성의 연구 및 이용 가치는 높은 편이다. 그 중에서 Hyphodontia chinensis는 아직 국내에 보고되지 않은 미기록종으로 추정되며, 이를 보고하기 위한 추가적인 형태학적, 분자계통학적 연구가 요구된다. 조사가 짧은 기간에, 그것도 겨울에 한정되어 이루어졌기 때문에, 이 조사로 얻은 다양성에는 많은 버섯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사료된다. 불곡산의 균류 분포에 대하여 더 많은 조사가 요구된다. 특히 더 긴 시기에 연구가 진행된다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